갑술순의 공망은 신·유입니다
60갑자를 열 개씩 묶으면 여섯 묶음이 나옵니다. 이 묶음을 순(旬)이라 합니다. 천간은 열 개인데 지지는 열두 개라, 한 순마다 짝을 못 찾는 지지 둘이 남습니다. 그 둘을 공망이라 합니다. 갑술순에 속한 일주라면 신과 유가 공망입니다. 태어난 날의 간지가 어느 순에 드는지로 정해지므로, 일주를 알면 공망이 바로 나옵니다.
비어 있다는 말의 뜻
없어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자리의 힘이 현실에서 잘 안 잡힌다는 뜻입니다. 있기는 있는데 손에 쥐어지지 않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공망을 두고 재산이 없다거나 자식이 없다고 말하는 글이 있는데, 그건 과장입니다. 저는 그렇게 읽지 않습니다.
내 공망이 어디에 걸리는지 보기어느 기둥이 공망이냐가 전부입니다
연주가 공망이면 조상과 초년의 자리가 빈다. 물려받는 것이 적거나, 있어도 내 손에 잘 안 잡힌다. 일찍 자기 힘으로 서는 경우가 많다. 월주가 공망이면 부모와 사회의 자리가 빈다. 조직 안에서 자리 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 대신 남이 안 가는 길에서 자기 자리를 만든다. 일지가 공망이면 배우자 자리가 빈다. 관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느낌을 오래 안고 간다. 결혼을 못 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시주가 공망이면 자식과 말년의 자리가 빈다. 노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는다.
공망이 오히려 좋은 경우
나를 해치는 기운이 앉은 자리가 공망이면 그 해악이 덜 잡힙니다. 기신이 공망이면 오히려 다행인 셈입니다. 반대로 용신이 공망이면 도움이 되는 기운을 제대로 못 씁니다. 그래서 공망 자체가 길흉이 아니라, 무엇이 그 자리에 앉았느냐가 길흉을 정합니다.
공망은 풀리기도 합니다
공망인 지지가 합을 만나면 채워지는 쪽으로 움직이고, 충을 맞으면 오히려 흔들려 드러나기도 합니다. 대운이나 세운에서 그 글자가 들어오는 해에 그 자리의 일이 표면으로 나옵니다. 평생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망을 겁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망은 보조 지표입니다. 사주의 뼈대는 일간의 강약과 격국이고, 공망은 그 위에 얹혀 특정 자리의 체감을 낮추는 표시입니다. 공망 하나로 인생을 규정하는 글은 겁을 주어 무언가를 팔려는 것입니다. 부적이나 굿으로 공망을 푼다는 말도 저는 하지 않습니다.
공망과 신살을 헷갈리지 마십시오
신살은 특정 조건에서 붙는 별의 이름이고, 공망은 순(旬)에서 남는 지지를 가리키는 구조적 표시입니다. 계산 방식부터 다릅니다. 그런데 둘 다 자극적인 이름이라 한데 묶어 겁을 주는 글이 많습니다. 공망은 확률이나 길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짝이 없는 자리를 표시할 뿐입니다.
공망이 있는 사람이 자주 겪는 것
그 자리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채워지지 않는 느낌을 오래 안고 갑니다. 남들이 보기엔 갖춘 것 같은데 본인은 계속 부족하다고 느끼는 식입니다. 이건 결핍이라기보다 감각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공망이 있는 자리에서는 스스로 기준을 세워 두는 편이 낫습니다. 남과 비교하면 끝이 없습니다.
내 공망은 어떻게 확인하나
태어난 날의 간지, 곧 일주를 알면 어느 순에 드는지가 정해지고 공망이 따라 나옵니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각을 넣으면 명식과 함께 바로 나옵니다. 다만 확인한 뒤에는 그 자리에 무엇이 앉았는지, 그것이 나에게 약인지 병인지까지 봐야 합니다. 공망 두 글자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